"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. 죽음이 재촉한 시간 앞에서 내 조급함이 엄마를 향한 문장을 부풀린 건 아닐까, 부끄럽다. 그럼에도 이 책이 그저 착한 아들이 쓴 애도 일기로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. 사랑하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어 했던 한 사람의 안간힘으로 읽힌다면 감사할 것 같다."
- 나오며 <"그래라, 그건 네 버전의 나니까"> 중에서
“엄마, 죽는 게 쉽지 않제?”
이 문장만 보면 마치 뜨거운 것을 삼킨 것처럼 가슴 안이 저릿하게 느껴집니다. 책을 만들면서 몇십 번을 본 문장이지만 매번 이렇습니다. 인생에서 가장 겪고 싶지 않은 일. 사랑하는 존재의 없음이 얼마나 큰 무게로 다가오는지 알고 있기에, 어떻게 이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을까를 계속해서 고민했습니다.
<수월한 농담>에는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처럼 마냥 슬픔만 있는 게 아닙니다. 병실에서 함께 몸을 기대고 손을 꼭 붙잡고 온기를 나누던 날도 있고, 새벽에 온열램프 빛에 의지해 그 시간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날도 있고, 언제나처럼 ’도련님‘이라 부르며 온몸으로 자신을 반기는 엄마가 왠지 부끄러워 얼어붙었던 꼬마 강원도 있고요. 젊은 날 동래시장 한복판에 위치한 '참한 의상실'에서 의상디자이너로 멋지게 꾸민 엄마가 손님들과 동료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떻게 말했는지, 그 생기를 기억하는 아들의 시선도 있습니다.
<수월한 농담>에는 나의 슬픔보다 엄마의 생에 초점을 맞춘 3년, 죽음을 곁에 두고 비로소 가장 선명한 사랑을 그리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.
그렇게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농담처럼 선선한 가을이 왔습니다
잃을까 두려워 사랑을 피하기보다는, 상실도 기꺼이 껴안아버리는 큰 사랑을 만들어가보길 바랍니다.